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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하(立夏) 입하(立夏) / 청송 권규학  도대체 뭔가 했다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것도잦은 봄비가 내린 이유도 봄이 떠나고 여름이 온 게다푸른달* 초입어린이날을 기점으로 후줄근히 대지를 적시는 봄비봄비 치고는 많은 양이다떠나는 봄의 단말마(斷末魔)*인 듯  계절이란 게 그런 것이다봄은 봄, 여름은 여름답게가을과 겨울은 또 이름에 걸맞게 그래야 자연(自然)인 거지그러고서야 관천망기(觀天望氣)*이지하늘을 보고서 기상을 예측하는.(240505) * 푸른달 : 5월을 뜻하는 순우리말* 단말마(斷末魔) : 죽기 직전에 느끼는 고통, 또는 그 괴로움* 관천망기(觀天望氣) : 구름의 모양새 등 자연현상이나 대기의 움직임을 보고 날씨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  ">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
청도오일장 청도오일장 / 청송 권규학  청도군 청도읍 고수리 778번지매월 4일이면 어김없이5일마다 난전(亂廛)*이 열리는 곳 새벽부터 북적이는 재래시장 풍경손수레 전동차 오토바이가 몰려들고시장 안과 도로변 사각 빗금선 위산서(山西)ㆍ산동(山東)*의 채소와 산나물강과 바다의 온갖 해산물이 차려진다 촌부(村夫/婦)의 손과 손을 통해산과 들의 봄풀들이밥상 위에 나물반찬으로 엎드리고강과 바다의 물고기가저마다의 모습으로 비늘을 터는… 촌부(村夫/婦)들의 삶과 인생투박한 시골인심이 꽃으로 핀청도고을의 봄이 불티나게 팔리는.(240504) * 난전(亂廛) : 허가 없이 길에 함부로 벌여 놓은 가게* 산서(山西)ㆍ산동(山東)- 산서(山西) : 산보다 들판이 많은 청도읍, 화양읍, 풍각면, 이서면, 각남면, 각북면 일대- 산동(.. 더보기
인연(因緣)의 고리 인연(因緣)의 고리 / 청송 권규학  '사귐'이란 게'지금부터 만나자'라는합의로 이뤄지는 게 아니듯이'헤어짐'이란 것도'이제부터 이별이야'라는서로의 합의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우연에서 필연으로 이어지는 게 만남이듯이별 역시 우연에서 운명으로 이어지는 것꼭 큰 다툼일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만남과 이별이라는 게사소한 오해와 갈등으로 비롯되기에… 뭘까요, 우리의 만남과 이별은합의에 의한 만남과 이별도우연에 의한 만남과 이별도따지고 보면참으로 평이한 인연의 고리일 뿐 우연과 필연에 의한 인연일지라도행여 운명으로 묶지는 마세요만남과 이별의 질긴 고리이미 벗어난 지 오래이니까.(240503)  ">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
헐타 헐타 / 청송 권규학 물가(物價) 고공행진의 시대재래시장이든대형마트이든지갑열기가 무서워지는… 만원으로 해결할 게 별로 없다천 원짜리보다도 낮아진 가치만원 권 한 장으로점심 한 끼 때우기도 쉽지 않은… 내 어릴 적시골장터의 장사꾼을 떠올린다나물 한 무더기에 오~~ 백 원헐타 헐타 엄청 헐~타아… 호객행위조차 기술이다얼핏 들으면오백 원이 아닌 백 원으로 들린다오랫동안 갈고닦은 상술이려니… 몰려든 장꾼들 이구동성하는 말헐타 헐타 엄청 헐~타아월급 빼고 모든 게 오르는 시대헐타*…, 그 외침이 듣고 싶은.(240502) * 헐타 : '헐하다', '싸다'는 의미의 경상도 방언- 값이 싸다. 일 따위가 힘이 들지 아니하고 수월하다. 대수롭지 아니하거나 만만하다. -  Lonely Lady - Edgar Tuniya.. 더보기
야근(夜勤) 야근(夜勤) / 청송 권규학  자정(子正) 지나고새벽으로 가는 시간눈꺼플이 천근(千斤)이다무거운 추(錘)를 매달아 놓은 듯힘들다, 눈꺼플을 단속한다는 게 젊을 때도 하지 않던 야근(夜勤)힘들어도고달파도스스로 택한 일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밖에 뭐니 뭐니 해도머니(Money)가 제일이라지만반복되는 야근(夜勤)에견디지 못하고 반항하는 몸뚱이어찌 머니(Money)만을 바랄까 싫증을 느낀 반증일까보무당당 시작했지만오늘일까내일일까업무 종료일이 기다려지는.(240501)  ">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
그리움으로 엮은 실타래 그리움으로 엮은 실타래 / 청송 권규학  견우와 직녀로 만나오작교를 건넌 지 수십 년삶이 어찌 기쁘기만 할까길고도 짧고 짧고도 긴희로애락(喜怒哀樂)의 세월이었다 안 보면 보고 싶고보고 나면 헤어지기 싫어지는알콩달콩 좋았던 순간도아등바등 지지고 볶았던 순간도그저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된… 모진 그리움이었다매듭짓지 못한 아쉬운 시간도쉽게 꺼내지 못할 엉킨 사연도그저 인연의 실타래에 묶어그리움의 양념으로 버무렸다 오랜 세월의 굴레에 엉킨 회한(悔恨)굳이 풀려고 하면 못 풀 것도 없으련만삶의 종착역에 이를 즈음잊힌 인연만은 아니길 소망한다누군가는 기억하리란 믿음 하나로.(240501)  ">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
오월의 아침 오월의 아침 / 청송 권규학  빗소리에 잠이 깬 새벽살며시 기울인 귓전으로흐르는 계곡물소리가 들린다 아직은 이른 새벽녘남산계곡*에 잔잔히 깔린 안개도졸음을 이겨지 못하고 졸고 있다 쌩쌩 차르르, 여명의 끝을 잡고빗길을 내달리는 차량들의 질주일상이 시작되는 생동의 소리들 하루 남긴 잎새달*의 마지막 날감긴 눈 치켜뜨며 나서는 아침푸른달*, 이제 오월의 시작이다.(240430) * 남산계곡 : '경북 청도군 화양읍 동천리' 소재, 해발 870m의 '남산'에 연결된 골짜기* 잎새달 : 4월의 순우리말* 푸른달 : 5월의 순우리말  ">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
오월이 오면 오월이 오면 / 청송 권규학  깡충깡충봄풀이 뛸 듯이 싹트고토독토독꽃들이 해님처럼 벙그는푸른달, 오월이 왔습니다 잎새달*에 연녹색 잎을 키워푸른달*을 준비하려는 몸짓보면 볼수록 미쁜* 모습앙상하던 뜨락의 감나무에쫑알쫑알연둣빛 잎새가 숲을 이뤘습니다 오월이 오면잎과 가지 사이를 비집고왕관 모양 감꽃이 필 테지요누이와 함께 이른 아침감꽃 줍던 기억이 새록합니다 고리고리 실패에 꿰어손에 목에 걸고 뽐내던 기억들오월이면 늘 그립습니다오순도순 알콩달콩누이와의 그 정겹던 시절이.(240428) * 잎새달 : 4월의 순우리말* 푸른달 : 5월의 순우리말* 미쁜 : '믿음성이 있다'는 뜻 ">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
나는 농부인가 나는 농부인가 / 청송 권규학  봄, 봄이다추녀 끝에선고양이가 졸고 있고뜨락엔부지런히 봄풀을 심는 햇살지천(至賤)이 풀꽃 천지다 4월이면 어김없이연둣빛 새싹을 내는 들녘봄이 익는 전원(田園) 뜨락뾰족뾰족, 병아리 부리 새싹쌍떡잎 나비 모양의 채소들상추는 벌써 한 뼘의 싹을 키웠다 화단의 흙을 뒤집어 일구고고추랑 오이랑 가지랑 쑥갓이랑갖은 모종을 심어 가꿀 시기재래시장 오일장이 서는 날육묘상에 들러 모종을 사서전원(田園) 곳곳에 골고루 심었다 귀촌(歸村) 일곱 번째 맞는 봄해가 바뀔 때마다 설레는 마음과연 나는 농부(農夫)인가답 없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며농부 아닌, 농부의 꿈을 키우며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리는.(240428) ">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
생각 차이 생각 차이 / 청송 권규학  1.1시간은 60분하루는 24시간1년은 열두 달 365일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어떤 때는1년도 하루인 듯 빨리 지나가고다른 어떤 때는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이기도 한… 세월이란 게세상이 순탄하고마음이 평안할 땐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지만세상이 혼탁하고마음마저 불편해지니세월도 마음도나날이 지지리 궁상을 떠는… 이리 굴러도 한 세상이요저리 굴러도 한 세상이라면핑계를 만들어 따지려 하기보다는호불호(好不好)를 나누어 아우르면 그뿐. 2.반쯤 담긴 물컵을 보고'아직도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 할까'물이 반 밖에 없네'라고 할까나 세월이란 놈엊그제 겨울이더니어느새 꽃피는 봄머잖아 또 여름이라 하네 한 해는 이리도 빨리 가지만하루 이틀 사흘 나흘눈앞의 종착역은 멀기만 하다언제일까새벽…, 수탉의 .. 더보기
갱년기 갱년기 / 청송 권규학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뭔들 해도 재미가 없다 하고 싶은 일도먹고 싶은 음식도가고 싶은 곳도보고 싶은 것도 없는… 세상만사가 뒤틀리고살아가는 게 고역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꼴불견이요TV를 봐도 짜증만 나고책을 펴도 글자는 없고글을 쓸려해도 생각이 없다 뭘까…, 권태기인가아니면, 우울증인가 하루 놀고 하루 쉬고여기 집적 저기 집적하릴없이 빈둥대지 않을 거면열 일 바쁘게 움직이고 싶은.(240426)   ">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
해피엔딩(Happy Ending) 해피엔딩(Happy Ending) / 청송 권규학  행복을 얻고자 세상에 태어나하루 이틀 쌓여 반백을 훌쩍사람은 나이만큼 늙는 게 아니라생각만큼 늙는 다는데늙은 건지, 나이를 먹은 건지… 누구나 행복을 바라지만해피엔딩(Happy Ending)은 따로 없다네너와 나, 우리 사이함께 묻어서 자라나는 것일 뿐…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이라도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 없지만세상을 보는 눈은 바꿀 수도 있다네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어버리는늘 그렇고 그런 삶을 사는.(240425)  ">HTML 삽입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
소망우체통 소망우체통 / 청송 권규학 봄비 내리는 오늘 같은 날이면 문득 간절곶, 소망우체통을 떠올립니다 동해(東海)의 소금기를 맡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거대 우체통 키는 아직 더 자라지 않은 듯 오래 전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 있습니다 이루 다 열거하지 못한 비밀 하나 가슴에 품고 살고 떨쳐버리지 못할 짐꾸러미 하나 등짐으로 짊어진 채 살아가는… 가끔은 하얀 백지에 빼곡히 써 놓은 그런 비밀, 그런 짐꾸러미들 남몰래 우체통에 넣고 싶습니다 오늘 밤 꿈엔 간절곶, 소망우체통을 찾아가서 부치지 못한 편지를 부치렵니다 바다 건너 누군가 남몰래 찾아와서 우렁각시인 양 진수성찬 차려내고 갈매기가 친구로 올 수도 있을.(240421)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
외톨이 외톨이 / 청송 권규학 독거노인(獨居老人)…! 누군가의 이 한마디에 '외톨이', '늙었음'을 깨닫는다 깨우치지 못한 현실을 알게 해 준 그 누군가가 고맙다는 느낌, 뭘까 돌아보니 그랬다 치열하게 살아온 삶 사방이 격리된 아무도 없는 공간 귀밑머리에 잔설(殘雪)이 가득한 고희(古稀) 코앞의 늙은이로세 세상이 나를 버린 건지 내가 세상을 버린 건지 혼자라는 게 죄는 아닐진대 답이 없는 문제에 답을 구하는 외톨이 신세가 참으로 서글픈… 피는 꽃만 꽃이라 할까 낙화(落花)도 꽃이라 불리고 산비탈에서 피는 꽃도 꽃이라 하나니 첩첩산중 구중심처(疊疊山中 九重深處) 나 홀로 피는 꽃이 더 향기로울지도.(240420)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
엄살 엄살 / 청송 권규학 끙 끙, 에구에구 힘들지 않고 거뜬하던 일들이 하나둘씩 허물어져 내립니다 나이 들었음일까 이미 늙었음일까 말끝마저도 조금씩 녹슬어 가는… 내 아부지 일하실 때 아야야 아야야야 내 어무이 청소할 때 에고고 에고에고 칠 남매 키우시랴 쏟아부은 기운 약한 몸에 힘 빠지는 쭉정이 소리 부모님 앓는 소리 닮아가는 나 한 팔로 방바닥을 짚고 다른 팔로는 벽을 잡고 엄살 아닌, 엄살을 짚고 일어설 때 에효 어깨 에고 허리 에구에구 에구구구- 버릇처럼 튀어나오는 몹쓸 말버릇 알 듯 모를 듯 스쳐가는 빈 소리 마음에도 없이 불거지는 쉰 소리 기척마다 튀어나오는 앓는 소리지만 해가 바뀌어도 안부조차 없는 자식 그보다는 더 친근한 위로임에야.(240419)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