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자작글

소망우체통

 

 

소망우체통 / 청송 권규학

 

 

봄비 내리는 오늘 같은 날이면

문득

간절곶, 소망우체통을 떠올립니다

 

동해(東海)의 소금기를 맡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거대 우체통

키는 아직 더 자라지 않은 듯

오래 전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 있습니다

이루 다 열거하지 못한 비밀 하나

가슴에 품고 살고

떨쳐버리지 못할 짐꾸러미 하나

등짐으로 짊어진 채 살아가는…

 

가끔은

하얀 백지에 빼곡히 써 놓은

그런 비밀, 그런 짐꾸러미들

남몰래 우체통에 넣고 싶습니다

오늘 밤 꿈엔

간절곶, 소망우체통을 찾아가서

부치지 못한 편지를 부치렵니다

 

바다 건너 누군가 남몰래 찾아와서

우렁각시인 양 진수성찬 차려내고

갈매기가 친구로 올 수도 있을.(240421)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갱년기  (0) 2024.04.26
해피엔딩(Happy Ending)  (0) 2024.04.25
외톨이  (0) 2024.04.20
엄살  (0) 2024.04.16
인생사 모든 게 그러하다네  (0) 202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