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우체통 / 청송 권규학
봄비 내리는 오늘 같은 날이면
문득
간절곶, 소망우체통을 떠올립니다
동해(東海)의 소금기를 맡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거대 우체통
키는 아직 더 자라지 않은 듯
오래 전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 있습니다
이루 다 열거하지 못한 비밀 하나
가슴에 품고 살고
떨쳐버리지 못할 짐꾸러미 하나
등짐으로 짊어진 채 살아가는…
가끔은
하얀 백지에 빼곡히 써 놓은
그런 비밀, 그런 짐꾸러미들
남몰래 우체통에 넣고 싶습니다
오늘 밤 꿈엔
간절곶, 소망우체통을 찾아가서
부치지 못한 편지를 부치렵니다
바다 건너 누군가 남몰래 찾아와서
우렁각시인 양 진수성찬 차려내고
갈매기가 친구로 올 수도 있을.(2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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