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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인간(人間)과 동물(動物)

 

 

인간(人間)과 동물(動物) / 청송 권규학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인간(人間)과 동물(動物)…, 어떤 차이가 있을까.

광의(廣義)로 본다면  똑같은 동물일진대,

협의(狹義)로 보면  만물의 영장과 미물(微物),

사고(思考)의 능력(能力), 즉 '이성(理性)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이다.

동물(動物)은 오로지 먹이활동을 하며 본능적인 번식의 욕구에 충실하지만,

인간(人間)은 살기 위해 먹지만 먹기 위해 사는 건 아닐 터,

동물에 비해 지능이 높은 인간과 인간에 비해 지능이 낮다는 것,

그것만으로 인간과 동물을 갈라치기할 수도 없다.

인간도 때론 저지능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에….

 

인간은 먹이활동이 아닌, 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경제활동을 하지만

동물은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온 생(生)을 바친다.

산과 들, 강과 바다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고,

먹이가 부족할 땐 인간이 버린 쓰레기더미를 뒤진다.

어쩌면, 먹기 위해 사는 것과 살기 위해 먹는 차이인지도 모를.

어둠이 세상의 민낯을 가려주는 시간,

밤을 새워 들여다본 모니터 화면에서 살아 움직이는 세상을 훔쳐본다.

보이지 않는, 아니, 볼 수 없는 그 시간이 어쩌면

생을 영위하는 생명들의 본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어둠이 밝음을 잠식하면 인간의 행동은 줄어들지만

인간이 쉬는 틈을 이용한 야생동물들의 먹이활동은 숨 가쁘다.

저수지 주변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수달 가족의 발 빠른 움직임,

임연부를 걸어 나와 도로변과 공원을 노닐며 먹이활동을 하는 고라니 가족들,

인가(人家)를 낀 계곡의 개울에서 목을 축이는 오소리 부부도 볼 수 있다.

인간을 두려워해서, 인간들의 안목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사는

야생동물들의 조심스러운 행동들…, 그냥 그들의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자연의 안내를 따라 살아가는 그 모습들은 언제 봐도 순수하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인간과 같은 공간에 살다가 인간에게 버려진 동물(?)들,

그들은 야생동물에 비해 편한 듯하면서도 처절하리만치 고통스러운 삶이다.

 

스산한 안개가 깔리는 새벽녘…,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인간이 없는 공간을 메우는 들개 아닌 들개(?)들,

치켜든 꼬리와 곧추 선 귀 모양은 인간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보이질 않는다.

때론 한데 엉켜 다투는 듯하다가도 어디론가 쏜살 같이 몰려가는 행동들…,

야생에 길들여진 모습들에서 살벌한 느낌을 받는다.

어디 그뿐이랴.

이곳저곳 널브러진 쓰레기더미 주변엔 고양이들의 날 선 움직임이 살벌하다.

비닐봉지를 물어뜯고, 빈 박스를 흩트리고, 행여 버려진 음식쓰레기라도 있을까,

온통 난리법석이다.

사람의 사랑을 받는 집고양이인지, 집을 나간 길고양이인지,

아예 야생으로 자란 들고양이인지 모를….

인간이든 동물이든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생명을 연장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뭔가라도 먹어야 한다.

정녕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건지, 먹기 위해 사는 건지, 분간되지가 않는 현상들이다.

그러고 보면, 동물들은 먹기 위해 사는 게 맞는 말인 듯하지만

먹는 것보다는 다른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인간들은 살기 위해 먹는 것일까.

 

어렴풋…, 어둠을 밀어내고 먼동이 틀 무렵,

어둠을 지배했던 생명들은 자연 속으로 숨어들고

밤을 쉰 인영(人影)이 하나 둘 나타난다.

대로(大路)엔 차량들의 바쁜 움직임…, 밤에 빼앗긴 인간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낮과 밤…, 쉼 없이 바뀌는 지구의 자전축에 따라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긴 밤을 마감하며, '나는 인간인가 동물인가'를 두고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

그저 먹기 위해 사는 동물이기보다는 살기 위해 먹는 인간이기를 바라며.(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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