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맞이 / 청송 권규학
유난히 뜨거운 태양
푸른달*의 끝자락
바통을 받으려는 누리달*의 전령이
검은 신작로 위를 질주한다
봄꽃들 피고 진 자리
짙은 녹음이 패션쇼를 펼치고
온누리에 쏟아지는 태양열에
초목(草木)들의 가쁜 숨소리
오월과 유월의 계주(繼走)*를 본다
오월과 유월의 바통 터치
봄과 여름 사이
태양은 점점 더 노기(怒氣)*를 띠고
땅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초목(草木)도 덩달아 신바람을 내는…
보리 베어내고 마늘 캔 논에
모내기한 벼포기가 입초(立哨)*로 서고
도화골(桃花谷) 능선의 복숭아나무엔
주먹만 한 복숭아가 눈을 부라리는
오호라, 계절은 어느새 여름이 로고.(240602)
* 푸른달 : 5월의 순우리말 * 누리달 : 6월의 순우리말
* 계주(繼走) : 릴레이 경주
* 노기(怒氣) : 성난 얼굴빛. 또는 그런 기색이나 기세.
* 입초(立哨) : 선 자세의 보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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