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자작글

여름맞이

 

 

여름맞이 / 청송 권규학



유난히 뜨거운 태양

푸른달*의 끝자락

바통을 받으려는 누리달*의 전령이

검은 신작로 위를 질주한다

 

봄꽃들 피고 진 자리

짙은 녹음이 패션쇼를 펼치고

온누리에 쏟아지는 태양열에

초목(草木)들의 가쁜 숨소리

오월과 유월의 계주(繼走)*를 본다

 

오월과 유월의 바통 터치

봄과 여름 사이

태양은 점점 더 노기(怒氣)*를 띠고

땅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초목(草木)도 덩달아 신바람을 내는

 

보리 베어내고 마늘 캔 논에

모내기한 벼포기가 입초(立哨)*로 서고

도화골(桃花谷) 능선의 복숭아나무엔

주먹만 한 복숭아가 눈을 부라리는

오호라, 계절은 어느새 여름이 로고.(240602)

 

* 푸른달 : 5월의 순우리말     * 누리달 : 6월의 순우리말

* 계주(繼走) : 릴레이 경주

* 노기(怒氣) : 성난 얼굴빛. 또는 그런 기색이나 기세.

* 입초(立哨) : 선 자세의 보초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축복입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0) 2024.06.04
시간 깎기-일터를 떠나며-  (0) 2024.06.03
아프니까 사랑인 게다  (0) 2024.05.29
인간(人間)과 동물(動物)  (0) 2024.05.27
세월아 네월아  (0) 2024.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