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난 / 청송 권규학
사랑이었을까, 우리가 한 게
우정이었을까, 우리 관계가
때론 사랑이란 이름으로
모닥불처럼 뜨겁게 타올랐다가도
어느 순간 남북극의 빙산으로 식어버리는
그리고, 그리고선…, 언제 그랬냐는 듯
처음으로 돌아서서 시시덕거리기도 했다
거북함일까 생뚱맞음일까
늘 그렇고 그런 반복된 나날
한때는 눈빛만으로도 생각을 꿰뚫었고
생각만으로도 서로의 전부를 읽었지만
사랑과 우정을 논하기는 좀 그런
'Only you'를 가슴에 새기고
못난 주둥이로 '오직 너만을' 쫑알거리는…
모든 게 부질없는 불장난이었다
이룰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서로의 행동에
서로의 마음에
서로의 미래에
자기 긍정의 마법을 거는 불순한 짓거리
결국 셀프 면책에 불과한 그런…
모든 장벽을 넘을 수 있을 거라고
어지간한 장애물은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내 건 얄팍한 면죄부들
잘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었지만
잘한 일이 아니란 걸 분명히 아는
이제야 깊은 성찰로 털어내고자 한다
추위에 떠는 작은 새의 가슴이 되어.(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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