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바람 / 청송 권규학
산에
들에
강에
시름없이* 내리는 비
봄비일까 겨울비일까
바짝 마른 산 계곡
돌자갈 너덜* 밑으로
졸졸졸, 봄을 끌어올리는…
미닫이 문틈새로 기어들어온 춘풍(春風)
햇살이 심은 봄풀 위로
살며시 내려앉은 꽃샘바람
살금살금 봄비를 실어 나르는…
봄이다 싶지만 아직은 겨울
봄인 듯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아니, 계절은 이미 봄이다
아무리 꽃샘바람 알랑방귀를 뀌어도
우수(雨水)*에 실린 훈풍(薰風)이 봄을 알리는…
저기 저 아낙네들 좀 보소
들로 산으로 바삐 움직이는 모습들
어느새 가벼워진 옷차림에
봄은 이미 숨어 들어왔다는.(230224)
* 시름없이 : 아무 생각 없이
* 너덜 : '돌이 많이 흩어져 있는 비탈'을 의미하는 순수한 우리말. '너덜겅'이라고도 함.
* 우수(雨水) : '입춘(立春)과 경칩(驚蟄) 사이'의 이십사절기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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