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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연 줄

 

 

연 줄 / 청송 권규학

 

 

(鳶)*을 만들었습니다

긴 꼬리의 가오리연
장방형의 방패연에 반달연
꼭지연 치마연 독수리연까지

 

반백년을 자르고 붙여 만든 연(鳶)

어떤 연(鳶)이 잘 날아오를까

(鳶) 줄에 걸고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리고 선…

 

바람이 불기를 기다립니다

봄날 샛바람에 날려도 보고

여름의 하늬바람에도

가을과 겨울의 높새바람까지도

 

하늘 높이 떴다가 떨어지고

떨어졌다가 다시 날아오른 연(鳶)

어느 순간, 끊어진 연줄과 함께

인연(因緣)의 굴레도 끊어집니다

 

평생을 공들인 인연(因緣)이란 연(鳶)

끊어진 연줄에 바람은 머물지 않습니다

어쩌면, 연줄을 떠난 (鳶)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231229)

 

* 연(鳶, kite) : 줄에 매달아서 바람에 날 수 있게 만든 물건

* 연(緣)  :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즉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因緣)의 끈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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