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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冬木) / 청송 권규학
울긋불긋 알록달록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계절
'늘 이맘때만 같아라'라고 기원했건만
동짓달…, 입동(立冬) 지나고서
아름다운 옷을 벗어던진 산 녘에
하나 둘 검버섯이 피어납니다
사람은 추우면 옷을 껴입는데
나무는 왜 이맘때만 되면
그 고운 옷들을 벗어던질까요
나무의 귓불에 말을 얹습니다
'나무야 나무야 너는 춥지 않니?'
나무는 못 들은 척 반응이 없습니다
팔랑팔랑 파르르르
떨어져 뒹구는 저기 저 이파리들
포도(鋪道) 위에
배수로 구석 후미진 곳에
우수수…, 손에 손을 잡고 한데 뭉칩니다
겨울나무는 말합니다
이 겨울, 모든 것을 떨궈내고
'다가올 새봄을 준비하려 한다'라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위해
마음 안팎에 덧칠된 욕망들
깨끗이 털어낼 수 있기를.(2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