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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키가 몇이세요 / 청송 권규학
말 많은 여인 하나 있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무슨 할 말이 저리 많을까
집안일에 자식 이야기
이웃사촌에 사돈팔촌까지
했던 얘기 하고 또 하고
이것저것 보태 봐도 거기서 거기
이야깃거리가 시작되면
봇물 터지듯 꼬리를 물고 반나절
앞뒷다리에 몸통까지 이를 즈음
그 말에 맞추는 장단과 박자에
한나절이 순식간에 훌쩍 지난다
수도꼭지처럼 열린 입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여유가 없다
제 주장이 강해 남을 무시하는 타입
남의 눈에 낀 티끌을 탓하느라
제 눈에 든 대들보를 보지 못하는
안하무인(眼下無人)…, 제 눈 아래엔 사람이 없다
'혹시 키가 몇이세요?'
은근슬쩍 신장(身長)을 물어본다
'키 작아요. 158Cm예요'
'휴우! 키가 작았으니 천만다행이다'
조금만 더 컸더라면
두 눈에 뵈는 게 없었을 텐데.(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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