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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동짓달…, 시장골목 담벼락에 풀꽃이 피다



오일장 서는 날 / 청송 권규학

새벽녘…, 청도 재래시장
길거리에 하나 둘 움직임이 보이고
한산하던 시장통에 인영(人影)이 분주하다
좌판을 까는 이
물건을 나르는 이
뭔가를 챙기려는 움직임들
시골 재래시장의 하루가 꿈틀댄다

비좁은 도로엔
원초적인 혼돈과 무질서가 판을 친다
오토바이 킥보드 전동차가 대로를 활보하고
횡단보도와 노변주차
중앙선 추월 좌회전에 U턴
막무가내 무단횡단은 기본이다

아는 안면에 그냥 넘어가는 건지
그저 그렇게 통용된 게 오래인 듯
시골이니까, 오일장이 서는 날이니까
도로교통법 위반은 불법도 합법인가 보다

정해진 규칙과 질서를 어겨도
도로교통법을 지키지 않아도
생업을 핑계로 불법을 저질러도
재래시장, 오일장이 서는 날엔
모든 게 다 용인되는 줄로 알고
또 인심이 그렇게 후할 수가 없다
어쩌면, 파라다이스에 유토피아일지도.(231115)

 

 

 

동짓달…, 시장골목 담벼락에 풀꽃이 피다 / 청송 권규학

 

 

재래시장, 오일장 서는 날, 시장풍경을 구경하러 갔다가

비좁은 시장 골목길 담벼락에서 함초롬히 미소 짓는 풀꽃을 만났다.

여리디 여린 가는 허리를 곧추 세운 채 담벼락 돌담 사이,

티끌과 먼지를 붙잡고 입동(立冬)의 찬바람을 견뎌내고 있는 작은 풀꽃…!

세상살이 고달프다고, 인생살이 힘이 든다고,

결혼도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Z세대의 세태풍경과는 달리

겨울의 초입에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바라기라도 하려는가.

연하늘색 꽃술 사이, 토실토실 작은 풀씨를 품고 있는 꽃…,

천지신명의 보살핌이라도 있었을까.

남산자락을 비집고 내려 선 따스한 햇살을 받아

동짓달 찬바람을 무색하게 하는 풀꽃의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풀꽃에 관한 지식을 총동원해 본다.

이름이 뭘까. 고마리 꽃마리 꽃다지 냉이 망초 그리고 언뜻 떠오르는 이름들…,

모양이 비슷한 풀꽃들을 들먹여 보지만 워낙 가늘고 여리게 핀 풀꽃인지라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도 없는…,

생태와 모양새, 꽃의 색깔들을 비교/분석하여 '꽃마리'일 것으로 판단한다.

 

'꽃마리'…, '꽃마리'는  지치과의 두해살이풀이며,

우리나라 들녘의 논밭이나 둑,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꽃이다.

주로 봄과 여름에 연하늘색 꽃을 피우는데 어찌하여 찬바람 부는 동짓달에 씨를 맺을까.

계절이 계절이요, 시절이 시절인지라 어떤 풀꽃일지라도 쉽게 씨를 맺을 수 없을 텐데도

입동(立冬)이 지난 지금에서 싹을 키워 씨앗을 맺으려 하는 게 경이롭기까지 하다.

누가 풀꽃을 연약하다고 했는가.

아름드리나무들도 태풍에 뿌리째 뽑혀나가지만 아무리 강한 태풍도, 폭풍도

감히 풀꽃의 뿌리를 볼 수 없나니, 어쩌면, 고목(古木)보다도 강한 것이 곧 풀꽃일지도 모를.

평상시엔 그토록 한산하던 시장통이 오일장이 서는 오늘만큼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던지 시장통과 주변 도로에도 사람과 차량들로 북적거린다.

농기계들이 왔다 갔다 하고 오토바이와 킥보드, 전동차들이 대로변을 활보하고

노변엔 주차된 차량들로 혼잡하다.

주ㆍ정차 위반으로, 신호위반으로, 헬멧 미착용으로, 경범죄로…,

이런저런 교통법규들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꼬리를 사리는.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교통법규를 무색하게 하는…,

한마디로 불법의 극치가 두 눈앞에서 펼쳐진다.

 

도시민들보다 겉보기엔 순수하고 연약한 시골사람들…,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리고, 비가 오면 빗방울에 씻기는 순박한 사람들…,

민초(民草)…,  그들에게도 생명을 지키려는 근성은 고목(古木) 보다 크고 강하다.

아니, 찬바람 부는 동짓달에 담벼락에서 씨앗을 보려는

저기 저 '꽃마리' 여린 풀꽃보다도 훨씬 더 강하고도 질기다.

그런데 어찌 그 하찮은(?) 교통법규로 그들의 근성과 품성과 후덕한 인심을 막을 수 있으리.

동짓달…, 입동 초입의 재래시장 골목 담벼락에 핀 '꽃마리꽃'을 보며

강인하고도 소담스러운 청도군민(淸道郡民)의 소박한 근성을 본다.(231115)

 

새벽녘…, 청도 재래시장
길거리에 하나 둘 움직임이 보이고
한산하던 시장통에 인영(人影)이 분주하다
좌판을 까는 이
물건을 나르는 이
뭔가를 챙기려는 움직임들
시골 재래시장의 하루가 꿈틀댄다

비좁은 도로엔
원초적인 혼돈과 무질서가 판을 친다
오토바이 킥보드 전동차가 대로를 활보하고
횡단보도와 노변주차
중앙선 추월 좌회전에 U턴
막무가내 무단횡단은 기본이다

아는 안면에 그냥 넘어가는 건지
그저 그렇게 통용된 게 오래인 듯
시골이니까, 오일장이 서는 날이니까
도로교통법 위반은 불법도 합법인가 보다

정해진 규칙과 질서를 어겨도
도로교통법을 지키지 않아도
생업을 핑계로 불법을 저질러도
재래시장, 오일장이 서는 날엔
모든 게 다 용인되는 줄로 알고
또 인심이 그렇게 후할 수가 없다
어쩌면, 파라다이스에 유토피아일지도.

-청송 권규학의 詩, '오일장 서는 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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