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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비와 당신

 

 

비와 당신 / 청송 권규학

 

 

늘 그랬습니다, 당신은

봄비든 가을비든

지긋지긋한 여름 장마든

한 겨울의 찬비까지도

하늘에서 내리는 건 무엇이든

무조건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비가 내리면 비를

눈이 내린다면 눈을

진눈깨비가 섞여내려도

사탕알 만한 우박이 쏟아져도

그저 하늘이 주는 건

축복이요 감사라고 하던 당신

오늘 내리는 이 비

가을비를 만난 당신의 표정이 궁금합니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다고

과거가 있는 사람만이 빗소리를 즐길 수 있다고

맞지도 않은 말로 타박을 줬던 날들

그런 날들을 잊고

나도 비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비는 감성이었고

낭만이었고 사색이었습니다

비는 사랑이었고

연민이었고 애증이었습니다

빗속에 내가 있고

당신이 있고 우리가 있습니다

 

오늘은 내리는 비를 피하지 않고

퇴근길, 자전거로 하이킹을 했습니다

정수리에 떨어지는 비는 축복이었고

앞가슴을 때리는 비는 감사였으며

속 깊이 젖어드는 빗물은 눈물이었습니다

 

비는 당신이었고

당신이 곧 비였습니다

간절히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 비, 토라진 당신의 가슴에 스며들어

따뜻한 사랑꽃으로 피어나기를.(2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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