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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추기(思秋期)-둥지를 떠난 새- / 청송 권규학
사랑…, 사랑이란 건
기댈 곳을 찾는 게 아니라
기댈 곳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지만
모든 근심의 근원이 사랑이기에
사랑을 떠나야만 근심이 사라질지도…
둥지가 싫어 떠난 새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돌아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새
어쩌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힘들고 고달픈 인생살이
모든 고난을 짊어지려 하지 말고
가슴에 포근히 안고 갈 일입니다
등으로 짊어지면 짐이 되지만
가슴으로 안으면 사랑이 된다는…
나이가 들수록 밀려드는 고독의 시린 칼날들
떨치려고 할수록 가지와 뿌리를 뻗는 고통들
사추기(思秋期)…, 고달프고 견디기 힘든 시기
그저 너의 마음 집에 살며시 전입신고를 하고
너의 문간 댓돌을 목침 삼아 포근히 잠들고 싶은.(23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