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자작글

망각(忘却)

 

 

망각(忘却) / 청송 권규학

 

 

외출 때마다 놓치는 것들

휴대전화기를

스마트워치를

자동차 열쇠꾸러미를

늘 그렇듯이 자동차 앞에서

발걸음 돌리기가 일쑤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수시로 잊는다는 건

좋지 않은 일이 분명하지만

인간에게 있어 망각이란 좋은 것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일을 시시콜콜 기억한다는 것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보다 좋지 않겠기에

 

오늘도 집을 나서며

하나둘 챙길 것을 따져봅니다

분명히 필요한 걸 다 챙겼는데도

사무실 책상 앞에 앉으면 뭔가 허전합니다

손목과 주머니에 있어야 할 게 없습니다 

또 뭔가를 빠뜨렸나 봅니다

어느 순간 챙기려는 마음 이전에

잊어버린 것을 먼저 셈합니다

 

답답하거나 짜증 나는 일

슬프거나 괴로운 일들, 그리고

잡지도 막지도 못하는

세월 따라 차곡차곡 쌓이는 것

고희(古稀)를 앞둔 나이마저 잊고 싶은.(231029)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추기(思秋期)-둥지를 떠난 새-  (0) 2023.11.03
하루살이  (0) 2023.11.01
네가 곁에 없어도  (0) 2023.10.29
추억 모으기  (0) 2023.10.27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0) 202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