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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추억 모으기

추억 모으기 / 청송 권규학

 

 

산 녘에 봄꽃 필 즈음

너랑 나랑 동무들 함께

서내빌* 언덕의 참꽃* 꺾었지

지금도 두 귀에 쟁쟁하다

문둥이*에게 잡혀가니

멀리 가지 말라 하시던 부모님 말씀이

 

낙동강 백사장 얕은 물 위

참방참방 물장난을 하며

은어 피라미 천렵*하던

그리워라, 그 맑고 가벼웠던 시절이

 

앞뒷동산에 알밤이 나뒹굴고

다람쥐 청설모 술래잡기하던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 사이

동심 (童心)…, 코스모스 철갱이*로 뜨는

 

눈송이 펄펄 날리던 날

강아지 좋아라 뛰놀던 동구(洞口)

오일장 다녀오시는 부모님의 주취장단*

누군가에겐 기억하기 싫은 풍경으로

다른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추억으로

모든 게 그립고 또 그립기만 한.(231027)

 

* 서내빌 : 고향 앞산의 언덕 이름

* 참꽃 : '먹는 꽃'이라는 뜻으로, ‘진달래’ '개꽃'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두견화(杜鵑花)'라고도 함.

* 문둥이 :  ‘나환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 '경상도 출신의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천렵 : 냇가에서 하는 '물고기잡이'를 이름.

* 철갱이 : '잠자리'의 경상도 방언.

* 주취장단(酒臭長短) : '술에 취해 부르는 노랫가락'. 춤, 노래 따위의 빠르기나 가락을 주도하는 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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