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忘却) / 청송 권규학
외출 때마다 놓치는 것들
휴대전화기를
스마트워치를
자동차 열쇠꾸러미를
늘 그렇듯이 자동차 앞에서
발걸음 돌리기가 일쑤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수시로 잊는다는 건
좋지 않은 일이 분명하지만
인간에게 있어 망각이란 좋은 것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일을 시시콜콜 기억한다는 것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보다 좋지 않겠기에…
오늘도 집을 나서며
하나둘 챙길 것을 따져봅니다
분명히 필요한 걸 다 챙겼는데도
사무실 책상 앞에 앉으면 뭔가 허전합니다
손목과 주머니에 있어야 할 게 없습니다
또 뭔가를 빠뜨렸나 봅니다
어느 순간 챙기려는 마음 이전에
잊어버린 것을 먼저 셈합니다
답답하거나 짜증 나는 일
슬프거나 괴로운 일들, 그리고
잡지도 막지도 못하는
세월 따라 차곡차곡 쌓이는 것
고희(古稀)를 앞둔 나이마저 잊고 싶은.(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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