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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눈물비

 

 

눈물비 / 청송 권규학

 

 

9월 초하루

길고양이 걸음으로 추적이는 가을비

낮엔

더위를 식혀주었지만

새벽녘엔

썰렁한 냉기가 앞가슴을 후비는

차가운 당신의 분노로 왔습니다

 

아무 일없이 비만 내렸다면

이토록 아프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하늘하늘, 한 마리 나비로 날아간 당신

빗줄기 가닥가닥마다

날 선 비수(匕首)로 뼛속을 후벼 팝니다

 

지금 내리는 이 비는

가을비란 이름이기보다는

눈물비란 이름이 더 어울리겠습니다

차라리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그저 내리쬐는 태양 밑에서

폭염의 고통을 겪는 게 나을 뻔했습니다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시리도록 가슴을 헤집는 한기(寒氣)

주룩 주르륵, 빗줄기보다 더 굵게

눈물비…, 차갑게 가슴을 찌릅니다.(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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