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인생 / 청송 권규학
참으로 줄기차게도 내린다
밤을 낮처럼 밝히며
쉼 없이 쏟아내는 구성진 이야기
실실이 풀어내는 사연들
때론 직선으로
또 때론 사선(斜線)으로
땅바닥을, 나뭇가지를
건물벽을 때리는 빗줄기…, 뭘까
속이 상했음일까
가끔은 부는 바람을 타고
창문턱에 쏟아져 화풀이를 한다
에라이…, 이 망할 놈의 세상
비가 그러하듯이
비를 업고 달리는 바람이 그렇듯이
비바람에 대꾸 없이 시달리는
산천초목의 심정이 그러하듯이
드러나지 않은 내 마음이
터질 듯한 내 가슴이
말하지 못할 내 속내가
부풀어 오른 빨간 풍선처럼 팽팽하다
비야, 가을비야
속절없이 쏟아지는 가랑비야
사방팔방 흩어지는 장대비야
이젠 좀 그쳐주지 않으련
비는 비의 마음으로 세상을 원망하고
나는 또 나의 마음으로 삶을 한탄하고
비와 나는 또 서로를 탓하며 속으로 운다
에라이…, 이 빌어먹을 인생이란.(23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