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毒蛇)와 고양이 / 청송 권규학
해 질 녘
전원의 뜨락이 소란스럽다
마당이 떠나갈 듯
고양이들의 떼창
무슨 일일까
이리저리 걷고 뛰고
괴성을 지르는 고양이들
번식기의 발정 행동도 아닌 듯
손사래로 고양이들을 쫓아낸 후
두루 전원 마당을 살핀다
어스름, 땅거미 깔리는 시간
화단 한쪽 후미진 곳
잔뜩 독이 오른 살모사* 한 마리
화분 사이에 똬리를 튼 채
날 선 시선으로 째려본다
미동 없이 지켜만 보던 살모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금세 사라지고 보이질 않는다
눈이 마주쳤을 땐 꼼짝하지 않다가도
감시의 눈초리가 뜸하자 자취를 감추는
행여 자신을 해칠까
시선이 느껴질 땐
경계의 눈초리를 보이다가도
감시가 없으니
신속히 위험을 벗어나는 동물본능이려니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살모사의 출현을 경고해 준 고양이들
고마운 마음에 먹이를 챙겨 건넨다
도움을 준 그들을 어찌 미워할 수 있으리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르지 않다는.(230613)
* 살모사 : 살무삿과의 독이 강한 뱀. '까치독사'라고도 함.
70cm 정도의 길이에 엷은 회색을 띠는 뱀
등 쪽에 검은 회색의 둥근 무늬가 20쌍 정도, 배 쪽은 흰색에 검은 얼룩무늬가 흩어져 있으며,
온몸이 비늘로 싸여 있고 머리는 납작한 세모 모양인데 정수리에 큰 비늘이 있다.
난태생으로 5~12마리의 새끼를 초여름에 낳는데 쥐, 개구리, 작은 뱀 따위를 잡아먹는다.
산의 풀밭에 사는데 한국,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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