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꿈 / 청송 권규학
늘 그곳에 있습니다
종이 한 장의 두께는 될까
누군가를 그리는 마음 밖
먼지보다도 작은 모습으로
멍하니 뭔가를 바라보는 너
처음엔 그런 모습이 좋았습니다
말이 없어도 대화를 나눴고
돌아보지 않아도
항상 느껴지던 시선
무의식 속의 뜨거운 감성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 모습은
아무리 가까운 곳에 있을지라도
모든 게 다 가까운 건 아닌 듯합니다
마음이 떠나면 이미 먼 이방인
서로 알 수 없는 미세한 틈새인 것을
이제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습니다
좁은 간격 짧은 거리이지만
서로를 알 수 없는 머나먼 곳
마음이 닿지 못한 그늘진 그곳
노심초사(勞心焦思)…, 여름밤 깊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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