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3경, '자계제월 청도천변'을 걷다
-신기교에서 서상사거리까지-
호국보훈의 달 6월 초순, 큰맘 먹고 신기교에서 서상사거리까지 청도천변길을 걸었다.
송읍마을을 지나 평소에 걷던 길을 거꾸로 잡아 신기교에 첫발을 올리니
반달 모양의 교각구조물이 더한층 신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때마침 일몰을 앞둔 천변의 하루가 일과를 마감하는 사람들로 인해 분주하다.
고즈넉한 덕사(떡절)의 모습이 짙은 수목에 가려지고
덕사(德寺) 앞 고가철로를 지나는 철마(鐵馬)의 모습이 마치 구렁이가 담을 넘듯 이채롭다.
청도천을 내려다 보며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하는 무늬버들의 수려한 풍광이 마음을 편안케 하고,
모내기를 준비하는 빈 논 너머로 보이는 남산의 모습과 청도읍의 전경이 고즈넉하다.
노인복지회관을 지나는 길옆으로 청도천강변길 걷기코스 안내간판이 보인다.
곧이어 자원봉사센터와 치매안심센터, 파랑새다리의 자태가 찬연하다.
청도천강변길을 걷는 중 가장 기분 좋은 곳이기도 하다.
치매안심센터 주변으로 자원봉사센터를 비롯한 곳곳에 공사현장이 뚜렷하다.
금세금세 바뀌는 변화를 목격하며 청도의 발전상을 두 눈으로 느낀다.
얼마 전에 생긴 카페 투썸플레이스와 파이노스 카페의 모습도 멋진 모습으로 다가선다.
역시 청도는 감과 복숭아를 비롯한 특산물은 물론 카페거리의 신흥강자로서 부족함이 없다.
일몰 직전의 소라리 마을 앞…, 청도천은 맑고 청아하다.
촐랑촐랑 또랑또랑…, 흐르는 물소리가 귓불을 핥는다.
마치 사랑스러운 연인의 입김마냥 금세 마음을 뜨겁게 달군다.
물빛 안개가 다가서는 어둠을 막아주는 강물 너머로 단아한 소라리마을이 평화롭고,
먼 빛으로 보이는 '엘 파라이소 365 카페'가 마치 손짓하여 부르는 듯한 충동에 빠진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한 폭의 전원(田園)…, 아련한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도 남는다.
청도천의 은은한 분위기에 묻힌 신비한 마을, 소라리 마을을 지날 땐 더욱 감미롭다.
소라리마을의 한쪽 끝에 자리 잡은 '엘 파라이소 365 카페'에서는 청도읍 전체를 조망할 수도 있다.
시간이 저물어갈수록 청도천은 그 풍광이 더욱 아름답다.
해 질 녘으로부터 하나둘 점등이 켜질 때까지 천변길을 걷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낮 동안엔 이른 더위로 무척 더웠으나 해거름의 천변길엔 불어오는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계절이 여름인지라 저문 시간인데도 아직까지 어둠이 내리지 않았다.
일몰의 청도천은 명화를 보듯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검붉은 노을이 깔린 하늘의 화폭에 유명 화가가 물감을 입힌 듯 장엄하기까지 하다.
'개와 늑대의 시간'-낮인지 어둠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저물녘의 프랑스어 표현-이
지나고 하나둘…, 사위(四圍)를 밝히는 등불이 켜진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릴 무렵의 천변로는 나이 먹은 사내의 가슴에도 달콤한 감흥을 안긴다.
소라리를 지나 합천리로 들어서니 천변로를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몹시 정겹고,
이따금씩 지나치는 사람들의 기척에서 사람 사는 정을 느낀다.
땅거미가 깔리자마자 눈을 끔뻑이는 가로등 불빛을 받은 '소라보체육공원'!
낮에 보던 모습과는 달리 더욱 정겹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공원의 맨 얼굴이 환하다.
한 때는 운동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 농번기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건지,
아직까지도 코로나의 여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건지…, 한산한 모습이다.
어둠은 상관없이 손맛을 즐기려는 태공들의 모습도 보인다.
어느새 밤이 찾아와 청도읍과 화양읍 주변마을에 불빛이 반짝인다.
이젠 산책을 접어야 할 시간이다.
오랜만에 용기 낸 서너 시간이 더할 수 없는 행복으로 다가선다.
어둠을 배경으로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낯선 발걸음을 의식한 개 짖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오랜만에 만끽한 신기교에서 서상사거리까지의 산책길에서 힐링을 얻는다.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즐길 수 있는 청도고을의 행복…!
더위가 더 심해지기 전에 한 번쯤 만끽하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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