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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5월, 그 위대한 이름 앞에서

 

5월, 그 위대한 이름 앞에서 / 청송 권규학

 

 

지위가 높아도 오만하지 않고

의로우나 무모하지 않고

똑똑하나 옳은 일 앞에서는 만용도 서슴지 않는

그런 당신이 있었기에

희대의 혼란한 세상에서도 웃을 수 있었다

 

그랬다, 그랬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었다

그 힘든 시기에 두 팔을 휘저을 수 있었고

뙤약볕 아래 민주(民主)를 부르짖을 수 있었고

민주화(民主化)란 이름을 외칠 수가 있었다

그 모든 게 너와, 너의 그 신념 덕분이었다

 

하지만, 모든 건 꿈일 뿐이다

한때의 희망이었지만, 지금은 사라져 버린 꿈

모두가 배신의 가면을 뒤로 숨긴 채

너는 너 대로 나는 나 대로

친구인 듯 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온몸이 망신창이가 된 그때 그날

죽었다던, 이 세상에 없다던 네가 살아있다는 소식

희망이란 이름은 그렇게 쉽게 죽을 게 아니었다

뛸 듯이 기뻤다, 아니 욕이 터져 나왔다

이런 우라질…, 배신 아닌 기쁨의 이름이다

 

5월, 이 처절한 계절의 뜨락에서

그저 고맙다는 말로 서로를 격려하고

고맙다는 말에 스스로를 다독일 수밖에 없다는.

- 5.18 기념일에 -

제10시집 '홀로 피는 꽃' 중에서 -

<5.18 민주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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