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자작글

입하(立夏), 이젠 여름입니다

 

 

입하(立夏), 이젠 여름입니다 / 청송 권규학

 

 

마지막 가는 봄

까만 밤을 하얗게 밝힌 봄비

토닥토닥 주룩주룩

아껴둔 시간의 끈을 풀어

빗소리에 닫힌 귓불을 연다

 

밤새 어둠을 간질이며

밤들이 소곤소곤 속삭인 봄비

입하(立夏), 이제는 여름

떠나는 봄의 옷자락을 적시며

바람의 등을 타고

사뿐히 대지 위에 내려앉는다

 

봄비라고 부를까

여름비라고 할까

이 비…, 축복이기를

이 비…, 행운이기를

이 비…, 사랑이기를

 

먼동이 트는 이른 아침

떠나는 봄을 배웅하고

여름을 업고 오는 바람을 맞으며

아슴푸레- 신작로를 우산 없이 걷는다

내리는 비에 흠뻑 젖어도 좋다

빗방울 숫자만큼의 행복일 테니.(230508)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에 이르는 길  (0) 2023.05.14
백세인생  (0) 2023.05.10
설마  (0) 2023.05.06
만남과 이별, 그리고…  (0) 2023.05.05
그 사람의 사랑법  (0) 2023.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