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이별, 그리고… / 청송 권규학
드러내고 싶은 누군가는 우주도 좁고
숨고 싶은 이에겐 한 평도 망망대해라
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크나큰 행복일 테지만
몸도 얼굴도, 존재를 숨겨야 하는 이
그 속내, 그 고통을 뉘라서 알까
신이 남자에게 해산의 고통을 주지 않았듯이
조물주는 여자에게
세상을 품을 정도의 넓은 가슴을 주지 않았다
한 가정의 주춧돌로 사는 게 남자라면
그 남자의 겉치레에 가슴을 조이고
정에 눈물을 흘리는 게 여자인 것을
탄생에 아무런 이유가 없듯이
죽음에 무슨 이유가 있을 손가
서로의 만남이 그러하려니와
이별인들 어찌 이유를 따질까
만남과 이별, 또 그리고…
나름의 사연만 간직하면 그만이려니.(23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