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피는 오월에는 / 청송 권규학
1.
오월에는
내 유년의 왕관을 닮은
하얀 감꽃이 밤하늘의 별로 핀다
밤들이 하늘의 별과 노닐다가도
이른 아침이면 뚝뚝-
시든 몸뚱이를 풀숲에 눕히는
내 어머니의 삶, 그 이름이었다
누이와 나는 감꽃을 주웠다
오월 하늘에서 온 각진 별꽃
하나하나 실에 꿰어
목걸이인 양 목에 걸었다
하늘의 별이었다가
때론 왕관이었다가
어느새 골목대장의 감투(龕套)로
전원(田園) 뜨락 가득
미리내 강의 작은 별로 온
감꽃을 보며
내 유년(幼年)의 추억을 떠 올린다
그립다 보고 싶다
잊힌 기억 속 추억의 이름들
토독토독, 성근 포도 알갱이처럼
무딘 기억을 오롯이 떠 받치는
감꽃 떨어지는 오월의 아침
무딘 기억에 감로(甘露)*를 친다.
* 감로(甘露) : '하늘에서 내리는 영약인 달콤한 이슬'이란 뜻
2.
여름 길목
오월의 뜨락
감꽃이 유성(流星)으로 흐른다
선잠 깬 개구쟁이
이슬 맺힌 새벽길
풀숲에 똬리 튼 왕관꽃 주워
주렁주렁 타래실로 엮어
누이의 목에 걸어주었지
누구의 목걸이가 더 길까
그저 좋아라 하던
사랑스런 누이는 지금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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