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걸어요 / 청송 권규학
우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꽃길을 따라 여행 중인지
힘들고 고달픈 삶을 피해
피안(彼岸)의 땅으로 가출한 건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은 건 아닌지
나뭇잎은 숲에 숨겨야 하고
사람은 사람 속에 숨어야 한다지만
숨는다고 해서 찾지 못할까
아무리 마음 안 깊숙이 숨는다고 해도
찾고자 하면 기필코 찾아지는 걸
엉킨 실타래는
자른다고 해서 풀리는 게 아니라네
서로 기대어 아우르며 살아야 하고
한 방향을 바라봐야 사랑인 게지
짝사랑이란 가슴 아픈 법이다
보답받을 수 없는 것일수록 더
지금껏 나무 한 그루를 보고서
'산을 보았노라', 살아온 건 아닌지
푸른 소나무(靑松)처럼 살고자 했으나
소나무 근처에도 가지 못한 삶
몸 담은 터가 가시밭이니
그 한스러움을 하소연할 곳 없어라
정(情)은 넘칠수록 좋고
한(恨)은 모자랄수록 좋은 것
어찌 삶이 마음 대로 될까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네
볼 때는 그저 꽃길이지만
직접 걸어보니 험한 가시밭길이었다는.(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