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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소나기가 내렸다

 

 

소나기가 내렸다 / 청송 권규학

 

 

산과 들이 온통 더위를 먹었다

전원(田園)의 사립문 밖

기세등등 붉은 입술의 접시꽃도

온몸에 꽂히는 태양열에 풀이 죽었다

 

햇볕과 물을 버무려 양분을 만들 시간

성급한 무더위에 놀랐는지

흐물흐물, 잎도 가지도

오뉴월 엿가락처럼 허물어지는

 

유월, 한 해의 허리가 접힌 달

후드득 쏟아져 내린 소나기에

쭈뼛쭈뼛 고갤 쳐든 초목(草木)들

태양의 성깔에 금세 고갤 떨구고 마는

 

아침나절, 낭랑히 울던 뻐꾸기도

폭염에 놀라 숲 속으로 숨어들고

창틀 액자에 담긴 비 그친 풍경

동그마니*, 한 컷 추억을 부르는.(240617)

 

* 동그마니 : 사람이나 사물이 외따로 오뚝하게 있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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