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열차 / 청송 권규학
먼 길 돌고 돌아 나왔습니다
걷고 걷고 또다시 걸어온 길
그 길의 중간쯤에 위치한 간이역(簡易驛)
진입열차의 기적소리가 들리지만
같이 갈 사람이 보이지 않는 역사(驛舍)
주섬주섬 짐을 챙겨 승차를 서두릅니다
펄럭이는 숱한 깃발들
역무원이 줄줄이 서고
봄인 듯 겨울인 듯 부는 꽃샘바람
펄럭이는 은색깃발에
열차는 정차(停車) 없이 지나칩니다
아직은 갈 때가 아니라서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어서
알아서 천천히 찾아오라고
그냥 그렇게 떠나갔는가
알고도 모른 척 지나쳤던가 봅니다
참으로 기특한 녀석
참으로 다정한 녀석
정말로 고마운 녀석
큰 인심 쓰듯 지나친 이순의 인생열차
어쩌면, 녀석 덕분에
다음 역까지 무사히 갈 수도 있을.(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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