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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산다는 건

산다는 건 / 청송 권규학

 

 

깡충깡충

토끼처럼 빨리 달려도

엉금엉금

거북이처럼 느리게 걸어도

느릿느릿

달팽이처럼 꾸물거려도

사락사락

지네처럼 수월히 움직여도

 

발 없는 촉수로 걸어도

하나뿐인 외발로 걸어도

두 발 네 발 여러 발로 걸어도

도착하는 곳은 단 한 곳뿐

 

올 때는 저마다의 순서 대로 왔지만

갈 때는 순서 없이 불리어 가는 운명

먼저 왔다고 거들먹거리지 말라

갈 땐 먼저 가는 게 형이 되나니

산다는 건 같은 듯 다른 영화일 뿐

희극(喜劇)이든 비극(悲劇)이든 다큐이든

호불호(好不好) 행불행(幸不幸)도 운명이요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그런.(230905)

 

* 판도라의 상자 :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도구로

제우스가 모든 죄악과 재앙을 넣어 봉한 채로 판도라를 시켜 인간 세상으로 내려보냈다는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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