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전원(田園)에는 / 청송 권규학
전원(田園)의 뜨락을 정리합니다
흙을 한 삽 뜨려 하자
서로 키재기라도 하려는 듯
지렁이 몇 마리가 솟구쳐 오릅니다
지렁이가 많다는 건
그만큼 땅이 건강하다는 반증일 터
몹시도 궁금합니다
약간의 진동만 주었는데도
재빨리 도망치는 지렁이의 반응이…
지난여름 한 철
온 화단을 파헤친 두더지의 만행
그럴 때마다 시멘트 바닥 위를 뒹굴던
지렁이의 주검이 뚜렷이 기억납니다
두더지의 먹이가 되지 않고자
땅의 진동이 있을 때마다
혼신의 힘으로 솟구치는 지렁이들
삶에 대한 애착은 사람이나 미물이나
어느 것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초가을의 전원(田園)
붉은 해가 서산을 뉘엿뉘엿
전원(田園)의 하루는 또 그렇게 저뭅니다
내일의 희망을 가득 품고서.(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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