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버들 그늘 아래서

 

 

떡버들 그늘 아래서 / 청송 권규학

 

 

주구산* 끝자락… , 청도천변에

떡버들* 몇 그루 자란다

긴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숱하게 흐르는 물결을 지켜보았고

파랑새다리*를 건너

덕사(덕절)를 오르내리는 사람들

그들의 발길과 사연과 기도(祈禱)들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낮이나 밤이나 쉼 없이

땡강거리는 덕사(德寺)의 풍경(風磬) 소리

촐랑촐랑, 속삭이는 청도천의 물소리

이따금씩 산성철교*를 내달리는 철마의 질주음

그들의 대화까지도 잊지 않을 것이며

해마다 거르지 않는 유등제의 풍경들

부처님 오신 날 불자들의 연등행사

둔치에서 펼쳐지는 군민(郡民)들의 활동들

모두 역사의 페이지에 기록했을 것이다

 

광복절 오후…, 떡버들 그늘에 앉아

지난 세월의 낡은 필름을 들춰본다

기억을 숨기려고 바다로 간 물결과

그 기억을 잡으려고 내달리는 바람과

그들의 경주를 지켜본 태양과 달과 별들

그들의 자취를 찾고자 서둘렀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소환된 옛 기억의 발자취들

떡버들 가지와 잎사귀에 새겨 넣는다

먼 훗날, 언제 어디쯤에서

또 다른 누군가 이곳에 앉아서

내가 찾지 못한 기억들을 마저 찾고

숨겨둔 이야기의 조각을 찾아

팩트와 픽션의 퍼즐을 맞추어 가길 바라며…

 

찜통더위 턱밑을 떠받치는 8월!

청도천엔 추억이 살고

떡버들 아래서는 사랑꽃이 피고

덕사(德寺)의 풍경(風磬)에선

희망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어 좋다

어디선가 들리는 풀벌레 소리 

찌르 찌르르르…, 어느새 가을을 부르고

달빛 윤슬엔 녹슨 감성이 흐르는.(230816)

 

* 주구산(走狗山) : 청도군 화양읍에 위치한 산으로 '개가 달리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

* 떡버들 : '청도천변에 자리한 쉼터'로 버드나뭇과의 낙엽 활엽 소교목.

* 파랑새다리 : 청도천변로와 덕사(덕절)을 잇는 다리

* 산성철교 : 경북 청도군 청도읍 송읍리 ~ 고수리를 연결하는 경부선 교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