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리(別離) / 청송 권규학
전원 뜨락의 호박넝쿨이 싱그럽습니다
고사리손으로 담벼락을 움켜잡은
엉킨 덩굴의 잎과 잎 사이
주황빛 수꽃의 웃음이 너그럽습니다
고갤 쳐든 숱한 수꽃 사이
보일 듯 말 듯 숨어 핀 암꽃
동그란 열매를 깔고 앉은
수줍은 보조개가 곱기만 합니다
한나절 꽃잎과 꽃술을 열어
벌나비의 사랑을 받아들이고선
금세 열린 꽃잎을 닫아버리고
수꽃과 이별을 고하는 냉정한 암꽃
세파에 찌든 인간 삶의 모습입니다
서로 사랑으로 만났다가도
원망과 미움으로 돌아서고 마는
너와 나, 우리의 슬픈 인연처럼.(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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