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입니다 / 청송 권규학
어디서부터 바람이 오는지
잎새들의 떨림이 멎지 않는다
멎지 않을 때
나뭇잎에 서성이는 계절을 본다
들길을 걷는 발걸음에 맺힌
송골송골 성근 땀방울들
망울망울 이마에 흐르고
스치는 바람에 식어 내릴 때
바람결에 머무는 여름을 본다
어느 여름날, 장마의 초입
툭 투둑, 고인 물방울을 떨치는 나무
도리도리, 빗물을 털어내는 풀꽃들
문득, 세상 속을 달리는 세월을 본다
무게에 무게를 더한 생각들
가볍게 더 가볍게 비워내자
긴 세월 맺어온 소중한 인연
잘 되어서 떠나는 건 환영이지만
상처 입은 채 떠나는 건 볼 수 없다는
온몸을 휘감았던 고민과 갈등들
장맛비에 말끔히 씻겨 내리고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속시원히 풀어지길 바라는 마음
적이 없는 게 사랑이라면
좋은 짝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좋은 짝이 되어 주는 것이련만
곶감다발로 엮이는 갈등의 고리들
사랑보다는 생존이 먼저인 듯
급하게 서두르지 말 일이다
하루살이보다 못한 삶일지라도
인생은 한 방이 아닌 한 번뿐이요
속도가 아닌 방향이기에.(2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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