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 청송 권규학
비는
앙칼진 계집의 표독스러움이다
주룩 주르륵
아무런 생각 없이 내리는 듯해도
무딘 가슴을 할퀴어 손톱자국을 내곤 하는…
비는
토라진 계집의 냉정한 눈흘김이다
사브작사브작
대지의 풀꽃을 어루만지는 듯해도
보일 듯 보이지 않게 눈치를 주는…
비는
영악한 계집의 따가운 눈초리이다
후드득 후두두둑
이리저리 사방팔방 섞어 치는 듯해도
온 세상을 세세히 살피고 다독이는…
기쁨이다, 우산장수에게는
슬픔이다, 양산장수에게는
쉼 없는 휴식이다, 농사꾼에게는
내게 있어 이 비…, 장맛비는
답답한 마음을 여는 청량음료이다.(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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