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자작글

장맛비

 

 

장맛비 / 청송 권규학

 


비는

앙칼진 계집의 표독스러움이다

주룩 주르륵

아무런 생각 없이 내리는 듯해도

무딘 가슴을 할퀴어 손톱자국을 내곤 하는

 

비는

토라진 계집의 냉정한 눈흘김이다

사브작사브작

대지의 풀꽃을 어루만지는 듯해도

보일 듯 보이지 않게 눈치를 주는

 

비는

영악한 계집의 따가운 눈초리이다

후드득 후두두둑

이리저리 사방팔방 섞어 치는 듯해도

온 세상을 세세히 살피고 다독이는

 

기쁨이다, 우산장수에게는

슬픔이다, 양산장수에게는

쉼 없는 휴식이다, 농사꾼에게는

내게 있어 이 비…, 장맛비는

답답한 마음을 여는 청량음료이다.(2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