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자작글

귀촌 후 애(歸村 後 哀)

 

 

귀촌 후 애(歸村 後 哀) / 청송 권규학

 

 

꽃으로 살아온 사십 년 세월

단풍과 낙엽을 거쳐지나

먼지의 삶으로 돌아누운 지금

흙으로 살고 싶어 흙속에 묻혔네

부는 바람을 좇아 산에 오르고

흐르는 물을 따라 강에 나서고

풀꽃이 좋아 들녘을 누빈다네

 

좋아하는 풀꽃과 나무들

산에 강에 들에 사는 친구들

함께 놀고 뛰고 춤을 추며

글을 쓰고 노래하며 사는 삶

뜨락의 작은 화단에 씨를 뿌리고

한결 같이 가꾸고 보살피노라니

사계절이 화양연화(花樣年華)*로세

 

흙이 될 수 없는 운명이었을까

흙에 묻혔다고 한들

흙이 아닌 보옥이라

장삼이사(張三李四) 갑남을녀(甲男乙女)*

누군가는 '보기 좋아라' 호감을 보내지만

다른 어떤 이는 '눈꼴사납다' 눈치를 주네

오호통재(嗚呼痛哉) 오호애재(嗚呼哀哉)라.(230329)

 

* 화양연화(花樣年華) :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뜻함.

* 장삼이사(張三李四) : ‘장 씨 집안의 셋째 아들과 이 씨 집안의 넷째 아들’을 뜻하는 말

사전적 의미로는 ‘이름이 뚜렷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을 가리키는 사자성어.

* 갑남을녀(甲男乙女) : '갑이라는 남자와 을이라는 여자'를 가리키는 사자성어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 또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을 뜻함.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절기(換節期)  (0) 2023.03.31
비움과 채움의 현주소  (0) 2023.03.30
장미의 이름으로  (0) 2023.03.27
낙화(落花)-피었기에 꽃인 거다, 너는-  (0) 2023.03.25
인생(人生)은 무상(無常)이려니  (0) 2023.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