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人生)은 무상(無常)이려니 / 청송 권규학
봄볕 따사로운 날
가까운 들길을 걷는다
뽀롱뽀롱 고개를 내미는 봄풀들
쑥 냉이 씀바귀 지칭개
달래 머위 겨울초 벼룩나물까지
온 들녘에 봄빛이 널렸구나
비닐봉지에 하나둘 챙겨 담으니
상큼한 봄 향기가 코끝에 가득하다
이제 이 비가 그치면
새싹들은 더욱 왕성해질 테고
풀꽃과 꽃나무엔
알록달록 봄꽃들 앞다투어 필 테지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누나…
경쟁하듯 피고 지는 꽃들 사이
상춘(賞春)에 젖어 걷는 발길
여름을 재촉하는 봄비를 맞으며
송한필의 우음시*로 삶을 한(恨)하네.(230324)
* 송한필(1539~?)의 우음시(偶吟詩)
花開昨夜雨 :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 :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누나
可憐一春事 : 가련하다 한 봄의 일이여
往來風雨中 : 비바람 속에서 왔다 가는구나
- 인생무상을 실감하며 우연히 읊은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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