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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여름, 꼬리가 길면 밟히리니

 

 

여름, 꼬리가 길면 밟히리니 / 청송 권규학

 

 

끝물 여름에 꼬리를 묻고

머리만 열심히 내달린 초추(初秋)

오늘이 추분(秋分)*이라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절기(節期)

낮보다는 밤, 밤보다는 낮

어느 때든 그저 즐겁게 살자

 

낮엔 낮의 마음으로 살다가

밤엔 밤의 마음으로 돌아가

낮과 밤을 아우르며 그렇게 살자

 

망설이는 끝물 여름아, 빨리 가려무나

엉거주춤 몸을 사리다가는

가을 문턱에서 꼬리가 밟힐 테니.(120922)

 

* 추분(秋分) : 24절기의 16번째 절기. 밤낮의 길이가 같아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