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맘때쯤이면 / 청송 권규학
끝물 여름, 따가운 햇볕
여름인가, 가을인가
강 건너 저편에 새로운 계절이 있다
쉴 새 없이 쏟아진 비(雨)
거침없이 몰아닥친 태풍
어느새 밀려난 여름의 틈새로
가을, 가을이란 이름이 찍혔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물은 맑고 거침없이 흘렀다
갈대의 일렁임 사이
소슬바람이 노닐고 햇살이 숨어들었다
두 눈을 빨갛게 뜨고 빤히 쳐다본다
태양은 가끔 그렇게 버릇없이 굴었다
꽃도 버릇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말라 죽어가면서도 고갤 치켜들고
순수한 사람의 마음을 홀린다
태양도, 꽃도 그런 건가 보다
그래, 그래서 가을인가 보다
해마다 가을, 이맘때쯤이면
꽃은 피고 지고
강물은 더욱 깊어지는 그런.(1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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