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꽃들의 반항 / 청송 권규학
유월이다
태양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땅은 가뿐 숨을 몰아쉰다
시작되는 하늘과 땅의 힘겨루기
태양은 땅에게 굴복을 요구하고
땅은 이에 질세라
참고 또 견뎌내며 반전을 노린다
장미꽃, 검붉은 꽃술로 반항하고
접시꽃, 새빨간 꽃잎으로 항거하고
낮달맞이, 황금색 분홍빛 표정으로
결코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저러다가, 저리 안간힘을 쓰다가
힘 빠지고 기력이 떨어지면
어느 순간 꽃술 꽃잎부터 하나둘
흐드러져 땅바닥에 뒹굴고 말…
태양도 땅도 바다도 강도
힘으로 밀어붙여 강요할 게 아니다
힘보다는 말이 먼저다
말로 해서 되지 않을 때
그때 가서 힘을 써도 늦지 않을 터
왜 여름을 사는지 물어보라
장미에게 접시꽃에게 낮달맞이꽃에게
여름 한 철, 어찌 살건지 들어 보라
그러고서 힘자랑이라도 하라
무엇이나 불운(不運)이다
힘만 믿고 무지막지 밀어붙이는 건
힘으로 유지되는 모든 것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는.(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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