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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여로(旅路)

 

 

여로(旅路) / 청송 권규학

 

 

앞만 보고 꾸준히 걸었다

자갈밭도 가시밭 길도

발이 푹푹 빠지는 흙탕길도

크고 작은 도랑을 지나고

넓은 강을 건너기도 했다

 

먼 길 돌고 돌아 나와

뒤를 돌아보니 까마득한 길

발길을 돌려 가고자 하나

돌아갈 곳 없는 망망대해(茫茫大海)

앞으로 가도 뒤로는 갈 수 없는 길이었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다

나를 위해

너를 위해

모두를 위해

나름 전력을 다했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무엇을 바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맨 땅에 헤딩하려는 건 더욱 아니었다

 

얻은 건 무엇이며

잃은 건 또 무엇일까

한 갑자를 건너뛰어 고희가 코앞

인생의 자메뷔(jamais vu)*가 장막을 치는.(240319)

 

* 자메뷔(jamais vu) ‘실제로 잘 알고 있으면서도 처음 경험하는 듯이 느끼는 기억 착각을 의미

즉 '미시감' - '늘 경험하고 있는 익숙한 일이지만 처음 접한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으로 '데자뷔'의 반대말

 

* 데쟈뷔(deja vu오감, '주로 시각의 경험을 통해 받아들이는 어떤 현상이 이미 접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

즉 '기시감' - '체험하지 못한 상황 앞에서 이미 체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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