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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역사는 흐른다-국가소멸의 위기 앞에서-

 

 

역사는 흐른다-국가소멸의 위기 앞에서- / 청송 권규학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소멸론이 등장한다.

'24년도 출산율이 0.68명이고 '25년도엔 0.65명이라는 예상이다.

가히 국가의 자연소멸을 이야기할만하다.

 

언제였던가. 담장 밖에서 아기울음소리를 들어본 지가.

앞으로 뒤로 띠를 두르고 들길을, 시장길을 걷는 아낙네,

골목길에서 공놀이하는 아이들,

끼리끼리 무리 지어 뛰어놀던 골목대장들,

들로 산으로 소몰이하던 시골 아이의 모습들….

돌아보면, 부모들은 아이의 양육과 성장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잘 자랐고 저절로 컸다.

N세대, X세대, Y세대, 386세대, C세대, G세대, E세대, 그리고 MZ세대까지…,

그땐 없었다, 이런저런 세대구분은.

어디 그뿐이랴. 눈만 돌리면 보이던 정겨운 풍경도 없다.

유아원/유치원 간판이 줄줄이 걸린 골목길은 역사적 뒤안길로 사라졌고,

마을마다 하나씩 있던 초등학교 교정과 중학교 고등학교 운동장까지…,

아이들과 학생들의 그림자는 없고 텅 빈 정적만 감도는 썰렁한….

 

어쩌면, 예정된 수순인지도 모른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50~60년대…, 그땐 배는 고팠지만 정서는 맑았고,

먹을 게 부족했지만 찬밥 한 술도 나눠먹었다.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아이들, 화기애애 화목하게 서로를 도운 어른들,

그땐 아이러니하게도 인구가 너무 많아 산아제한을 홍보하던 시기였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기발한 가족계획 표어의 등장과 정관수술을 하면 예비군훈련을 면제해 주기도 했다.

또한 농경지와 농업기술의 부족으로 쌀생산 능력이 떨어지자

부족한 쌀을 아끼려는 정부정책에 도시락 검사까지 하며 혼분식을 장려하기도 했다.

그때 그 시절엔 정책도, 호응도 손발이 척척 맞았다.

정부와 국민, 정책기관과 언론, 그리고 여야 정당까지도 협치로 하나가 되었다.

세대갈등도, 성별갈등도, 지역갈등도…, 그런 것 없이 국가발전에 적극 호응했다.

당시의 획기적인 부강국가의 초석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이 등장했다.

 

배 고플 때와 배 부를 때 느끼는 감정은 천양지차(天壤之差)였다.

배 고플 시기엔 먹고사는 게 전부였지만 배 부를 땐 먹는 것만으론 부족했다.

의식주가 해결된 후에는 지적(知的) 충족이 문제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을 포함한 전 분야에 대한 지적 수준이 높아졌고,

그만큼 국민들의 의식과 가치 수준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사회구조 역시 복잡해졌고, 60~70년대의 노력과 성장만으론 따라가질 못했다.

아이는 '제 먹을 복을 타고난다'라고 했지만,

아기를 낳자마자 양육과 부양에 대한 부모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높은 교육열로 교육비는 늘어갔고, '둘도 많다'던 구호를 외칠 것도 없이

자식 양육에 대한 부담은 부모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했다.

자식 출산을 꺼리는 게 아니라 키우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부담으로 인해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가정이 늘어나기에 이르렀고,

'맞벌이 무자녀 가정'으로 상징되는 '결혼은 하되 아이는 낳지 않는다'는 

'딩크족( DINK / Double Income No Kids)'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소요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유아원, 유치원, 과목별/예체능 관련 학원에 이르기까지…,

혼자로서는 제대로 된 생활이 힘들고 주변과의 눈높이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남자는 눈을 뜨면 밖에 나가 돈을 벌고, 여자는 집안일을 하며 자식을 키우는 것,

그것만으로는 행복에 이를 수가 없었다.

맞벌이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1인 2 직종을 넘어 부업까지,

한마디로 괴롭고 고통스러운 삶의 시작이었다.

월급 빼고는 모든 게 다 올라서 평생을 번다고 해도 집 한 채 장만하기가 힘드는…,

이런 현실 상황에서 어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라고 할까.

우리나라의 자랑거리인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충효(忠孝)와 경로효친(敬老孝親)을 중시했던 그 명성도 사라진 지 오래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성(男性)의 사회생활에 빨간불이 켜졌다.

평생직장인 줄 알았던 직장에서의 명퇴와 조퇴 등 강제퇴직의 태풍이 휘몰아쳐

순식간에 직장을 잃은 아버지들…, 그로 인해 생활 패턴이 깨어지고

급기야 가정파탄을 비롯, 다방면에서의 사회문제를 야기시켰다.

이는 곧 여성(女性)들로 하여금 경제활동에 동참을 강요하게 되었고,

워킹맘을 비롯한 먹고살기 위해 다양한 직종의 남성 세계로 뛰어들었다.

불철주야 생활전선에 뛰어든 부모세대들, 그들의 관심이 소홀한 틈새를 비집고

자식세대들의 생활과 사고, 의식구조에도 심각한 문제가 야기되었다.

윤리의식의 하락과 '나만 아니면 된다'는 자기중심적 개인주의이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개인주의는 사회전반에 심각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상호 존중 결여, 경로효친(敬老孝親)의 파괴, 상호불신 및 배려부족,

자기 위주의 이기주의 팽배 등이 각종 사회조직에 침투하여

단합 저해와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사회구조에 예측불가의 변화를 몰아왔다.

 

출산율 0.68%의 현실에서 젊은 세대들의 의식구조 또한 심각하다.

거기에 덧보태어 최근 우리의 정치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보수와 진보, 중도와 개혁을 비롯한 이념과 진영으로 나뉜

각양각색의 세력들이 국가의 존망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에 의한 계파나누기, 권력 갈라먹기,

권력형 정책 및 말 바꾸기, 내로남불적 자기편향주의 등

자기 방탄을 위한 갈라 치기로 심각한 국론분열이 우려되고 있으며,

자기들의 주장에 동조하면 괜찮고 조금만 반대성향에 서면

가차 없이 싹을 잘라버리는 지나친 편향성을 띠는 현실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북한 찬양/동조세력들이 버젓이 정치권을 활보하고,

범죄인이 정치세력화되어 야릇한 목소리를 높이고,

야합세력들이 엉켜 이합집산으로 옮겨 다니는 이상한 모양새들, 

거기에다 언제부턴지 청정국 대한민국에 파고든 마약의 위협 등…,

이루 열거하기 조차 어려운 난제들이 국가의 존망을 흔들고 있다.

민주, 국민이란 거대 양당의 틈새를 비집은 이름 모를 군소 정당들의 난립,

민주가 없는 민주당, 국민이 없는 국민의 힘엔

그저 나라의 미래에 대한 고민보다는 개인의 흥망성쇠에 치중하며

정권유지와 창출을 위한 자기 욕심 채우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나라 안팎, 지구촌(地球村)의 행태 역시 가관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을 넘어섰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각한 대립양상을 보이는 미국의 대선 풍경,

이를 틈타 호시탐탐 도발야욕을 보이는 북한의 이상징후…,

세계경제의 심각한 침체를 뚫고 들어오는 중국과 대만의 거센 압박으로

반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22대 총선을 앞둔 여야 대치상태와 이념적인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군소정당들의 태동과 야합, 그리고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으로 인한 의료대란 등

대한민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의 혼탁한 현실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국운(國運)이 여기까지인가.

국력이 왕성했을 땐 강력한 통치력과 능력 있는 경제인이 나라를 이끌었으며,

이를 지지하고 따르는 순종적인 국민이 더불어 함께했다.

그때 그 시절은 정녕 어디로 갔는가.

선생은 있어도 스승이 없고, 학생은 있어도 제자가 없는 현실,

협치도 없고 존중과 배려는 찾아볼 수가 없는 정치판.

눈을 씻고 봐도 제대로 된 큰 정치인은 보이질 않는다.

이름은 있어도 이름에 걸맞은 큰 정치인이 없는 오늘이 참으로 심각하다.

선거란 것도 그렇다.

온통 내로남불에 잠식당한 정치판은 혼탁과 무질서의 극치이다.

차라리 동네이장 선거나 초등학교 반장선거가 더 깨끗하고 훌륭하다.

범죄인이 정당의 대표로 나서고, 국시를 흔드는 정당에서 국회의원이 만들어지고,

권력쟁취를 위해서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몰려왔다 몰려가는 군상(群像)들…

차라리 절대권력을 구가하던 전제군주제가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최소한 국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이득을 내려놓을 줄 아는 자,

그런 조직과 리더가 곧 제대로 된 세력이 아닐까 싶다.

 

혼탁한 오늘날의 현실상황 하에서도 세월, 역사는 소리 없이 흐른다.

누가 국가의 소멸을 이야기하는지, 과연 대한민국이 자연소멸할까.

그런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하지만 더 긴 세월, 더 오랜 역사가 쌓일 때쯤이면

오늘의 공과(功過)가 분명히 드러날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역사 앞에서 자신의 행동에 겸손해야 한다.

지금 당장 눈앞의 이득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역사가 내리는 심판을  두려워해야 한다.

후손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선대(先代)의 행동을 되돌아볼 테니까.(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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