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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맨발로 걷다

 

 

맨발로 걷다 / 청송 권규학

 

 

사람은 세상에 올 때

두 주먹 불끈 쥐고 오지만

떠날 땐

누구나 열손가락 곧게 폅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큰 울음 울며 세상에 왔지만

세상을 떠날 땐

수의(壽衣) 곱게 차려입고

한 마디 말없이 삼도천(三途川)을 건넙니다

 

손발 켜켜이 덮은 채

구두 운동화 장화를 신고

거친 땅바닥을 걸어 걸어서

세상이란 물결을 넘어왔듯이

이젠 두터운 옷을 벗어젖힐 때입니다

 

온몸에 걸친 의복과 신발들

마음 안을 가득 채운 미련들

모두 훨훨 벗어던지고

홀가분한 몸으로 걸을 때입니다

맨발로 땅바닥을 걸어

맨몸으로 하늘을 날아야 할.(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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