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니라네 / 청송 권규학
강풍(强風)과 한기(寒氣)에 시달렸던 며칠
섣달그믐을 앞두고 하늘이 인심을 쓰는가
삼한사온(三寒四溫)의 부활인지
훈풍(薰風)*이 불고 햇살이 비친다
언제였던가, 혹한(酷寒)의 그날이…
겨울 속의 봄이런가
따실따실 해까운* 햇살 사이로
산과 들을 토닥이는 겨울비
뜨락과 과수밭의 나무에 생기가 돈다
관천망기(觀天望氣)*라지, 아마
선조(先祖)들은 늘 그랬다
하늘을 보고 기상을 예측하고
농사를 짓고 삶을 가꿨다는…
죽기 살기 난장판이 된 국내 정치판
제 살기에만 급급하는 세상 분위기
전쟁과 지진…, 인재(人災)와 자연재해
예측불가 불확실성에 빠진 지구촌 풍경
혼탁한 세상 탓일까
입춘(立春)…, 봄과 겨울 사이
비마저 섞어치니 봄인 듯 겨울
날씨마저 종잡을 수가 없다는…
안갯속이다…, 좀처럼 걷히지 않는
암흑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언제 총알과 포탄이 날아들지
지진과 해일은 또 어디에서 밀려들지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니다
살려니 치자(治者)가 방해꾼이 되고
살고자 하니 천지(天地)가 들썩인다
오호통재(嗚呼痛哉) 오호애재(嗚呼哀哉)*라.(240204)
* 훈풍(薰風) : 첫여름에 부는 훈훈한 바람
* 해까운 : '가볍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
* 관천망기법(觀天望氣法) : '구름이나 여러 대기 현상을 살펴보고 날씨를 예측하는 일'.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상관측법
* 오호통재(嗚呼痛哉) 오호애재(嗚呼哀哉) : '아, 비통하다'라는 뜻으로, 슬플 때나 탄식할 때 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