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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시절 인연(時節 因緣)

 

 

시절 인연(時節 因緣) / 청송 권규학

 

 

멀리 달아났다

바늘로 찔러 피 한 방울 보지 못할

필사적인 도망이었다

80년대 초에 만난 이후

어림잡아 사십 년 세월

생사고락 희로애락 동고동락이었다

 

알콩달콩의 순간도 많았지만

도망을 결정한 순간

기억나는 건 오직 하나, 나쁜 기억들 뿐

그저 그렇게 숱한 나날을 지지고 볶은

 

가끔은 돌아봐 주길 바라기도

미워도 다시 한번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

서로에게 못다 한 날들에 대한 후회와 함께

그저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기를

잃어버린 지난날에 대한 보상이기를

 

도망치듯 떠나버린 너를 향해

사십 년 인연(因緣)의 고리를 던진다

용서를 떠올리진 못할지라도

마음의 합의라도 있다면 좋을.(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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