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인연(時節 因緣) / 청송 권규학
멀리 달아났다
바늘로 찔러 피 한 방울 보지 못할
필사적인 도망이었다
80년대 초에 만난 이후
어림잡아 사십 년 세월
생사고락 희로애락 동고동락이었다
알콩달콩의 순간도 많았지만
도망을 결정한 순간
기억나는 건 오직 하나, 나쁜 기억들 뿐
그저 그렇게 숱한 나날을 지지고 볶은…
가끔은 돌아봐 주길 바라기도
미워도 다시 한번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
서로에게 못다 한 날들에 대한 후회와 함께
그저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기를
잃어버린 지난날에 대한 보상이기를…
도망치듯 떠나버린 너를 향해
사십 년 인연(因緣)의 고리를 던진다
용서를 떠올리진 못할지라도
마음의 합의라도 있다면 좋을.(240120)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과 행복 그리고 인생 (0) | 2024.01.23 |
---|---|
시작과 끝 (0) | 2024.01.22 |
향수(鄕愁) (0) | 2024.01.19 |
나이 든다는 것 (0) | 2024.01.17 |
'24. 청도천의 겨울 (0) | 2024.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