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어와 망둥어-세상 이야기- / 청송 권규학
물이 빠져나간 개펄에
짱뚱어* 세상이 열렸다
불거져 나온 두 눈
실룩거리는 두 귀
지느러미 두 발로 팔딱팔딱
천지가 온통 짱뚱어 세상이다
전후좌우 사방팔방
부지런하기도 하다
이쪽저쪽 온갖 간섭 다하고
개펄 모래를 파고 숨고
후다다닥, 덮어쓴 모래를 흩으며
앞뒤 친구집을 급습하기까지…
지나치게 넓은 오지랖에
장단을 맞추는 이
박자를 거드는 이
관심 없다고 거들떠도 안 보는 이
보이는 반응도 저마다 각각이다
제풀에 지쳐 기진맥진할 때쯤
낚시꾼이 던져 놓은 낚싯바늘에
훌치기 당해 하늘에 대롱대롱
번갯불에 콩 궈 먹을 시간
물이 차 오르고 개펄이 사라지는…
조용한 것도 잠시잠깐뿐
다시 또 물이 빠져나가면
또 다른 짱뚱어 한 마리
천방지축 난리를 피울 테지
나이 든 망둥어*의 일터에는 오늘도.(231012)
* 짱뚱어 : ' 망둑어목 망둑어과 짱뚱어속'에 속하는 어류
* 망둥어 : '망둑어과에 속하는 모든 어류'의 통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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