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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호박꽃…, 상사(相思)로 피다

 

 

호박꽃…, 상사(相思)로 피다 /  청송 권규학

 

 

8월의 들녘

지천(至賤)이 풀꽃 천지

이름은 있으나 이름 모를 풀꽃들

그들이 벌이는 여름잔치가 장관이다

 

산과 들, 논밭에 돋아나는 풀꽃

그 위를 덮은 호박덩굴 사이

쭈뼛쭈뼛 고갤 쳐든 수꽃

도리도리 절레절레

바람 따라 일렁이는 몸짓이 슬프다

 

수꽃…, 상사(相思)로 피었는가

중매쟁이*  보이지 않는 들녘

덩이열매 없이 덩굴만 수북한 

어디로 숨었는가, 암꽃이여!

뻘쭘히 홀로 솟은 수꽃의 꽃대를 꺾어

덩이열매를 달고 있는 암꽃을 찾는다

호박꽃 사랑의 중매쟁이가 되어.(230804)

 

* 중매쟁이 : 벌, 나비 등 곤충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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