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 / 청송 권규학
영악하고 간교한 인간을 원하는
요즘 세상에서
여자에게 솔직한 사내는 멍청한 걸까
이성에 눈이 멀면 사내든 계집이든
무엇이든 주고 싶어 안달을 한다지만
사내를 알아버린 여자는
신의 말이라도 믿으려 하질 않는다는
매화(梅花)는
춥고 메마른 엄동설한에도 피듯이
어차피 긴 영생의 세월 속에서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부산물일 뿐
깨지면 질그릇보다 못한 인연에
아등바등 매달려 있는 꼴이라니
슬프다, 인생이여!
백 년도 채 누리지 못하는 삶에서
천 년의 시름을 품은 듯
나날이 지지리 궁상을 떠는 현실이.(2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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