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바닷가에서 / 청송 권규학
바다는 가끔
비 내리는 날을 골라
너무도 외로워 외로움마저 놓쳐버린
날개 꺾인 사람들을 부르곤 하지
사랑을 놓쳐버린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가야 할 길을 잊어버린
뭘 해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을
초대받은 사람들은
비 내리는 바닷가에서
함께 울어 줄 바위를 고르고
바위는 덩달아 파도를 부르지
철썩철썩, 우르르 쾅쾅
제 살을 찢으며
크게 작게 높게 낮게
목놓아 우는 파도여
파도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울부짖고
바위는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맞장구를 치지만
무슨 연유로 여기에 왔는지
홀로 걷는 걸음이 왜 여기 서 있는지
망연자실 바다만 바라보는
초대받지 못한 나
검푸른 바다 한가운데로
흐린 초점의 시선만 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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