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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이모저모

청도, - '남산계곡, 신둔사 & 백불원'

 

'남산계곡신둔사 백불원'-경북 청도군 각남면 사리 산54-

 

 

물 맑고 공기 좋기로 유명한 고장 청도!

청정고을 청도를 상징하는 장소는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청정 자연환경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소는 단연 남산 계곡이다.

봄에는 봄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찾는 이들을 반기고,

여름철에는 맑은 물과 울창한 나무숲을 자랑하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이 가을 산의 정취를 자랑하고,

겨울에는 겨울 산의 운치와 얼음으로 덮인 계곡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봄에는 봉수대를 끼고 진달래꽃이 만발하고 산 중턱까지 이어지는 복숭아밭엔

도화(桃花)가 만개하여 멋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임인년(壬寅年)…, 마스크 뒤에 숨은 채 어물쩡 찾아온 새해를 만나러 남산 계곡을 찾았다.

깊어가는 겨울 중턱의 남산 계곡은 지난해 가을부터 비와 눈이 많지 않아서 많이 가물었지만

초겨울에 내린 비로 촉촉이 물기를 품고 있었다.

청도에 귀촌한 지 3년이 지났어도 마음먹고 찾아보지 못한 남산 계곡…,

청도읍성을 지나 구불구불 시멘트 포장길을 지나노라니 다수의 전원주택이 보이기 시작했고,

저마다 우쭐대는 저택들 사이로 미근식당이니, 헬로우 선샤인 등 몇몇 음식점과 카페의 간판이 보였다.

처음 오른 길인지라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복차통행은 어려워도

군데군데 비켜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시멘트 포장길이 시원하게 뚫려있었다.

천년고찰 ‘신둔사 가는 길’이란 안내 이정표를 따라 남산기도원을 지나니

천년고찰 신둔사(薪芚寺)가 앞을 막는다.

천년고찰이라지만 조릿대가 서걱대는 좌우로 은행나무와 소나무 몇 그루가 시립한 입구 쪽으로

낡은 해우소가 자리한…, 사찰 입구의 풍경은 초라했다.

하지만, 청풍루(淸風樓)를 지나 사찰 내부를 들어서니 커다란 범종각과 대웅전,

삼성각과 영신보탑 등이 고려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는 사찰의 역사를 가늠케 한다.

사찰을 배경으로 먼 산을 카메라에 담았다.

산 중턱에 걸린 안개구름이 마치 신선이 산다는 무릉도원을 연상케 했다.

신둔사(薪芚寺)를 나와 오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한참을 내려오니 도교사원 ‘백불원’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오를 때 지나쳤던 곳인 듯싶어 길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찰 안으로 들어섰다.

거대한 입석(立石)과 미륵보살상이 위압감을 주는 입구를 지나 산책로를 따라

미륵보궁-포대화상-비로자나불-고생대 풀 석순-약사여래불-화산석-나반존자-삼존불상 등을 두루 살폈다.

창건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했으나 다양한 불상과 고목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작은 물웅덩이와 금빛 금붕어들…, 그리고 거대 암석들이 사찰의 웅장함을 돋보이게 했다.

백불원을 나와 산책로로 들어섰다. 약 3Km에 9개의 산책로를 품은 남산계곡…,

9번 산책로를 따라 백석뢰를 넘으려던 계획을 접기로 했다.

 

 

‘물밑의 흰 자갈과 물여울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 ‘백석뢰’…,

가지 못함이 아쉬웠지만 다음으로 갈무리하고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여름 피서철만 되면 피서객들의 행렬로 오르기도 힘이 들지만

아직은 겨울인지라 오가는 인파도 많지 않았고 얼음 밑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남산계곡의 신비로움을 한 단계 상승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내리막길의 산책로와 계곡은 오름길의 느낌과는 또 다른 풍광을 제공했다.

계곡엔 맑고 청량한 물이 촐랑이며 빙글빙글 돌아 흐르는 곳마다 소(沼)를 이루었고,

돌 틈을 비집고 흐르는 물소리에서 겨울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집과 가까운 곳이지만 자주 찾아보지 못한 계곡이었지만 금방 빠져드는 기분…,

앞으로는 ‘자주 와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눈앞으로 소(沼)*가 펼쳐진다.

문득 선진문학 작가협회 이사장을 지낸 손정애 시인의 시, 소(沼)가 떠오른다.

둘 곳 없는 시선으로
올려다본 하늘엔 이슬이 맺혔다
뜨겁던 사랑 고이 숨겨둔 그곳에
사뭇 그립던 마음은
하얀 폭포에 몸을 맡기고
시간의 그네를 탄다
밀어낸 바람의 자리에
내려앉은 하얀 폭포는 말이 없다
흘러내렸던 그곳에
기억을 잃은 짧은 시간
사무치던 마음을 물거품에 묻었다
하늘로 이어진 그 길에
실타래처럼 기억도 흘러간다
뼈까지 드러낸 허망도
그렇게 흘러갔다.


- 소(沼)/ 손정애 -

* 소(沼)
    : 늪, 땅바닥이 우묵하게 뭉떵 빠지고 늘 물이 괴어 있는 곳

 

그렇게 장엄한 폭포는 아닐지라도 또랑또랑 떨어지는 물줄기가 더없이 귀엽다.

몽골몽골 휘돌아 어우러지는 물길을 따라 자갈과 바위가 한 틈 두 틈 깎여 이렇게 소(沼)를 이루었을까.

감동이다. 아니 느꺼움이다. 작은 풍광일지라도 나름의 감명을 느낄 수 있음은 나만의 감성이어서 일까.

아무도 공감하지 않더라도 그곳에 내가 설 수 있음이 그저 감개무량이요 행복이다.

훨씬 쉬울 듯했던 내리막길이지만 오름길보다 열 배는 더 나를 괴롭힌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직업성 무릎 통증으로 힘이 들었지만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다.

화양읍성 샛길을 빠져나와 청도천과 가까운 합천리에 이르니

굴삭기가 파헤친 자리로 깨끗한 물이 흘러내린다.

파헤친 게 아니라 파인 곳을 촘촘히 다지고 새파랗게 싹이 돋은 야생갓과 물칭개나물,

그리고 억새와 달뿌리풀(갈대) 군락을 갈무리한 덕분이리라.

어느 개인이 작업을 했든, 군청 실무부서에서 실시한 봄맞이 환경정비였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삶의 인근에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산과 맑은 계곡, 적절한 산책로가 있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자 특별한 행복이 아닐 수 없으며,

이렇게 쓰레기를 줍고 정비를 하고 저마다 베푸는 봉사의 손길이 있기에 내 고장 청도의 미래는 밝다.